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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이너시아 대표 김효이 / 여성 과학자가 만든 천연 생리대(2023.1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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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일 2024-0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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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효이.
1998년생. 특수목적고등학교를 조기 졸업하고 카이스트에 진학했다. 카이스트 박사과정 당시 의료 분야 인공지능(AI)을 전공하면서 카이스트 홍보대사를 같이한 여성 과학자들과 2021년 이너시아를 설립했다. 이너시아를 펨테크 기업으로 확대해가는 꿈을 키우고 있다. 

김효이 이너시아 대표가 자주 듣는 얘기가 있다. “배울 만큼 배운 분 같은데 왜 이런 일을 하느냐”고. 대답은 명확하다. “내가 겪는 불편함을 누군가 해결해주길 기다릴 게 아니라 직접 바꿔나가고 싶어서”다. 

특목고를 조기 졸업하고 카이스트 학사·석사·박사 과정까지 브레이크 없이 질주한 그다. 소위 엘리트 코스를 밟으며 의료 분야 인공지능(AI)을 연구하던 그는 돌연 방향을 틀었다. 창업에 나선 것. 카이스트에서 함께 홍보대사를 하던 네 명의 여성 과학자가 모였고 생리대 시장이 수십 년 동안 변하지 않는 현실을 직면하면서 변화를 모색했다. 생명공학, 설비개발 등 전공도 각기 다른 이들은 피부로 느껴지는 일상의 변화를 가져오기 위해 천연 소재의 생리대 개발에 매진했다. 

주변의 응원과 지지를 받으며 호기롭게 출발했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았다. 다른 연구실을 전전하며 셋방살이를 했고, 밤마다 장비를 몰래 사용하기 일쑤였다. 하지만 환경을 탓하지 않고 흡수체 연구에 몰두했다. 도축장에서 동물 피를 공수해가며 실험의 완성도를 높이고, 2년여 연구 끝에 화학물질이 첨가되지 않은 ‘라보셀’ 소재를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 메디폼 같은 습윤밴드의 흡수력을 차용하면서도 끈적이지 않도록 만들어 일명 ‘반창고 생리대’로도 알려진 이 제품은 금세 입소문을 탔다. 

이너시아 생리대는 와디즈 펀딩에서 목표금액 2만 207%를 달성하며 생리대 부문 역대 펀딩금액 1위를 기록했다. 현재 누적 투자금액은 20억 원을 넘었다. 출시 1년도 되지 않아 올리브영에 입점하고 이너시아 자사몰 구매자는 매달 두 배가량 늘어나는 추세다. 실험실 연구와 일상의 변화의 시차를 좁히고 싶어하던 이들이 이룬 결과다. 이 작은 시도가 모이면 세상에 큰 변화를 가져올 것이다. 이미 만들어진 세상에 만족하지 않고 불편함을 직접 바꿔나가는 자세야말로 우리가 과학자에게, 기업인에게 기대하는 바다. 이너시아를 지탱하는 원동력이기도 하다.

"시중에서 판매되는 생리대의 흡수체는 안전성이 입증된 소재일지라도 끈적임과 흡수력을 확보하기 위해 독한 화학 첨가제를 넣어요.
화학 첨가제를 쓰면 저렴하고 간단하게 생리대를 생산할 수 있지만 그러고 싶지 않아 친환경 흡수체 라보셀을 개발했습니다."

- 카이스트 출신 여성 과학자가 생리대 사업에 뛰어든 게 흥미롭습니다. 왜 하필 생리대였나요?


"카이스트에서 의료 인공지능(AI)을 연구했어요. 연구는 많이 하는데 이 연구가 일상으로 들어오기까지 시간이 너무 걸리더라고요. 그래서 우리가 스스로 바꿀 수 있는 물건을 만들어보기로 했습니다. 남이 해결해주기만 기다리기보다 불편함을 개선해나가기로 한 거죠. 동료들과 브레인스토밍을 하며 여러 분야를 고민했는데, 생리대 시장이 굉장히 낙후됐다는 사실을 알았어요. 지금 생리대는 오래전에 만든 제지 기술을 사용하거든요. 생리대를 찢어보면 여전히 솜이나 휴지에 사용하는 펄프·부직포를 써요. 저렴하게 많이 만들어야 하는 데다 대기업의 아성이 높은 분야라 개발이 더뎠고요. 힘든 시장인 건 알지만 일상에서 느끼는 변화를 만들기 위해 사명감을 갖고 뛰어들었습니다.”

- 몇 년 전 생리대 파동으로 세상이 들썩였는데요.
“그 사건이 있고 생리대에서 미세 플라스틱이 든 흡수체를 뺐어요. 문제 요소를 제거한 거지, 대체한 건 아니에요. 결국 흡수력이 약해진 패드를 사용하게 됐거든요. 펄프나 부직포 같은 데 물을 붓고 누르면 물이 흘러나오잖아요. 겉으로만 흡수해서 그래요. 여성들은 이 미묘한 차이를 느끼면서 중소기업 생리대로 많이 갈아탔어요. 대기업 3사 점유율이 96%였는데 70%로 떨어졌으니 큰 변화는 생긴 거죠. 하지만 중소기업 제품 중에는 흡수력을 위해 여전히 미세 플라스틱 흡수체를 사용하는 곳이 있어요.”

- 그래서 친환경 흡수체 라보셀을 개발한 건가요?


“맞아요. 기존 생리대가 흡수체 10을 사용했다면 라보셀은 1만 넣고서도 동일한 흡수력을 지니는 구조예요. 상처 났을 때 붙이는 반창고 ‘메디폼’ 소재를 활용한 거죠. 우리 몸에 딱 붙어서 흡수하는 성질에 착안했는데, 생리대에 적용할 경우 반창고의 끈적임을 해결하면서도 화학물질은 배제해야 하는 숙제가 있었어요. 빛에너지를 사용하니 흡수력은 유지하면서도 끈적이지 않게 됐죠.”

- 과학자로서 정체성을 발휘하면서 역량을 투입한 지점이네요. 빛에너지는 어느 분야에서 사용하나요.


“안전성을 확보하는 데 필요했어요. 시중에서 판매되는 생리대의 흡수체는 안전성이 입증된 소재일지라도 끈적임과 흡수력을 위해 독한 화학 첨가제를 넣어요. 화학 첨가제를 사용하면 저렴하고 간단하게 생리대를 생산할 수 있지만 그러고 싶지 않아 라보셀을 개발했습니다. 빛이 가진 에너지로 합성하면 독성물질이 남지 않아 의료용 하이드로겔을 만들 때 사용하는 기술이에요.”

- 이미 공고한 생리대 시장을 공략하기 위해서는 가격 경쟁력도 중요할 텐데요.


“소비자가 비싼 생리대를 살지 확신할 수는 없지만, 내 몸에 닿는 제품이 자연에 가까운 소재라면 기꺼이 더 큰 비용을 지불할 의사가 있는 소비자가 늘어나는 사실에 주목했습니다. 물론 가격을 낮추기 위해 처절한 노력도 했고요. 개발 초기 원가율을 낮추려고 밤새 연구하며 생산 공정을 최대한 줄였어요. 현장 종사자들에게 ‘뭘 모르나 본데 그러면 안 된다’는 말도 꽤 들었습니다. 직접 작업복 입고 현장에 들어가 보여주면 ‘이게 되네’ 하면서 반영해줬어요. 덕분에 프리미엄 생리대와 비슷한 가격대를 맞출 수 있었습니다.”

- 남성이 만드는 여성 제품이 아닌, 여성 과학자가 직접 사용해보고 만드는 데 대한 자부심도 있겠어요.


“직접 사용하기도 하고 고객 조사를 실시해 다방면으로 의견을 받았습니다. 그중 충격적인 의견이 있었는데요, 일부러 흡수력을 낮추려고 미세 플라스틱 흡수체가 없는 생리대를 쓴다는 거예요. 흡수력이 너무 좋아도 피부가 당기는 느낌이 싫은 거죠. 미세 플라스틱 흡수체는 물을 흡수하는 소재예요. 물을 잘 흡수하는 것과 피를 잘 흡수하는 건 다르잖아요. 피에는 단백질, 철, 이온 성분 등이 들어 있으니까요. 물보다 피를 잘 흡수하는 소재가 필요한 건데 대부분의 생리대는 물을 흡수하는 데 초점을 두고 있어요. 과학자 시선에서 의문이 드는 부분이었죠. 그래서 피를 구입해 흡수율을 측정해갔어요. 다른 생리대가 물 흡수율은 높을지 모르지만 피 흡수율은 이너시아 제품이 더 높아요. 피에 함유된 성분을 잘 잡을 수 있게 설계해서 그렇죠.”

- 흡수율 외에도 기존 생리대의 불편감이 또 있다면요. 


“냄새요. 생리대에 들어가는 플라스틱 잔여 성분이 생리혈과 만날 때 특유의 냄새가 생겨요. 패드를 자주 갈아도 그렇죠. 그런데 이 냄새도 라보셀이 해결해줬어요. 독일 더마테스트사에 임상 평가를 맡겼더니 냄새 없음이 100% 나왔어요. 저도 신기했습니다.”

- 연구 과정은 얼마나 걸렸나요. 


“이너시아를 설립한 건 2021년이지만 그전부터 연구를 계속해왔으니 1년 반에서 2년 정도 걸렸을 거예요. 큰 책상에 샘플을 채운 패트리(실험용 접시)를 가득 나열하고 하나하나 피를 뿌려가며 실험한 기억이 생생해요.”

- 물이 아니라 진짜 피로 흡수율 실험을 했다고 들었습니다. 


“처음에는 실험용 동물 피를 사용했어요. 그런데 이건 피의 단백질 성분을 다 뺀 거예요. 진짜 피가 필요해서 도축장에서 받아 오기 시작했습니다. 업소에서 사용하는 식용유 깡통(18L)에 몇 개씩 담아 와서 실험했죠.”

"살면서 불편함을 느껴도 무시하고 넘어가는 게 많잖아요. 그런 걸 누군가는 해결해야 하죠.
불편함을 느낀 한 개인이 직접 개발자로 나서 연구하고 만들면 만족스러운 제품이 나올 확률이 높아요.
한 명의 소비자이자, 한 명의 개발자로 좋은 제품을 늘려가자는 게 이너시아의 모토입니다."

- 연구자의 순수한 열정이 느껴지지만 결코 만만치 않은 과정이었겠어요.


“보통 연구실 하면 신식 기계와 비커, 스포이트를 우아하게 들고 있는 걸 상상할 텐데요. 실제 개발 과정은 그렇지 않아요. 학교 공용 실험실을 몰래 썼거든요. 새벽이면 불을 켜고 뚝딱뚝딱 시끄러운 소리를 내며 화장실에서 드럼통을 씻고 있으니 학교에서 이상하게 여겼을 거예요. 특히 라보셀을 개발할 때는 배합 과정에서 값비싼 실험기계도 빌렸는데 잘 안되더라고요. 도통 해결 방법이 없어서 수소문 끝에 재야의 고수를 찾았어요. 그분이 주방기계를 한번 써보라고 권해줬습니다. 황학동 중고 기계 시장에 가서 50만 원짜리 기계를 사 왔는데 뚝딱 풀리더군요.” 

- 수천만 원짜리 기계도 해결하지 못한 문제를 50만 원짜리 중고 기계가 풀어줬네요. 자금 조달은 어떻게 했나요?


“초기에는 사비를 털어가며 했어요. 학생 때 아르바이트해서 모아둔 돈을 다 썼죠. 그러다 시드 투자금을 받았는데 제일 먼저 한 게 실험실에 큰 싱크대를 들이고 수도 공사를 한 거예요. 물을 틀자 온수가 콸콸 나오는데 다 같이 눈물을 흘렸죠. 그동안 다른 연구원이 퇴근할 때까지 기다렸다가 실험실을 빌려 사용하고 화장실에서 몰래 기구를 닦던 과정이 주마등처럼 스쳐갔거든요. 매일같이 고개 숙이고 화장실 청소하는 게 일상이었는데…. 지금도 온수 나오던 그날을 다들 잊지 못해요.”

- 《topclass》에서 ‘아웃사이더’를 이슈로 카이스트 이광형 총장님을 인터뷰한 적이 있어요. 총장님이 “기존 세상에 안주하지 않고 늘 뭔가 바꾸려는 사람들이 마음껏 괴짜다움을 발휘하는 세상이 되길 바란다”고 했는데 그 스승에 그 제자네요.


“맞아요(웃음). 총장님이 엄청 응원해주셨어요. 다만 동료들이 포기할까 늘 걱정이었죠. 카이스트 학·석·박사를 졸업하고 취직하면 안정적인 생활을 할 수 있는데 지금까지도 꽤 고생하고 있거든요.”

- 다행히 이너시아 생리대가 출시와 동시에 반향을 일으켰죠. 와디즈 펀딩으로 목표금액 2만 207% 달성했고요.


“출시 전까지는 다들 반신반의했어요. 기존 생리대보다 가격대가 있는 편이니까요. 해외 유기농 생리대와 가격대가 비슷한데 해외 제품조차 기술력이 그다지 좋은 건 아니에요. 그럼에도 이런 제품을 찾는 소비자가 있다는 점에서 수요가 분명히 있을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다행히 와디즈 최초로 생리대 부문 펀딩금액 1억 원을 달성하면서 MOQ(최소구매수량)를 맞춰 발주 금액을 바로 회수할 수 있었어요.”

- 건강과 환경을 중요하게 여기는 트렌드와 잘 맞기도 했고, 위생용품으로 여긴 생리대가 의료 영역으로 확장된 듯 보이기도 합니다.


“그런가요? 결국 여성용품이 의료나 기술 영역으로 가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이너시아가 지향하는 지점은 늘 펨테크(femtech)에 있어요. 해외에서는 여성의 삶에 도움이 되는 모든 부분을 기술로 바꾸면 펨테크라고 해요. 우리나라는 펨테크를 생리에 국한하는 인식이 있어 조금씩 깨나가고 싶어요.”

- 당연한 것에 계속 질문을 던지면서 답을 찾아가네요.


“몸에 좋지 않은 성분으로 해결했던 분야를 기술로 풀어가는 거죠. 살면서 불편함을 느껴도 무시하고 넘어가는 게 많잖아요. 그런 걸 누군가는 해결해야 하니까요. 불편함을 느낀 한 개인이 직접 개발자로 나서 연구하고 만들면 만족스러운 제품이 나올 확률이 높아요. 한 명의 소비자이자, 한 명의 개발자로 좋은 제품을 늘려가자는 게 이너시아의 모토입니다.”


선수현 기자
https://topclass.chosun.com/news/articleView.html?idxno=32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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